어느 순간부터 아준이 홈피의 업데이트가 느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빠의 게으름일 것이다.
게으름을 감추기 위한, 다른 핑계는 아준이 사진이 줄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일부러 외출을 계획하고, 사진을 찍던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다.
아빠, 엄마랑 외출하기 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가서 놀기를 원한다.
외출 기회가 줄다보니 사진이 줄었다.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 하다 못해 집에서 찍은 사진도 아준이 사진이긴 하지만...
왠지 흡족하지 않다.
결국 게으름과 사진 없음이
매월 기록이 이어진던 사이트가 쉼이 생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메라와 핸드폰을 뒤적여 보지만
역시 사진이 별로 없다.
그나마 찾은 몇몇 사진을 포스팅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함께 올릴 사진이 없다는 핑계를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
사진이 없는 글만으로도
아빠가 대신 쓰는 아준이의 일기를 하나 하나 남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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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남아 있는 몇몇 사진들...
지난 크리스마스
아준이의 삶이 멋진 핑크빛 여행이기를 바라는 소원과 함께 여행 가방을 선물했다.
아준이는 요즘 그림을 자주 그린다.
그림의 수준은 판단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빠는 이런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 (그림을 못 그리는 아이였다.)
아빠 눈엔 이 그림들은 작품이다.
3학년 겨울방학 중 최고의 순간은
2박3일로 다녀온 스키캠프와
역시 2박 3일 동안 보낸 가온이 집에서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스키캠프 가기 전날 밤 12시.
고글을 사기 위해 이마트를 찾았다.
가온이네 집에서는
가온이, 나래, 윤서와 함께 했다.
집에 혼자 있을 아빠에게 괜한 미안함이 있었나보다.
"아빠...내가 5만원 줄테니깐 극장 가서 영화 많이 봐..."
아빠는 괜찮다고 하니깐...
"그러면 내가 25만원 줄께..." 라며 저금통에 들어 있는 전 재산을 기꺼이 아빠를 위해 주려고 한다.
"아준이의 고마운 마음만 받을께" 라고 하자...
"와...난 두개를 다 얻었어...돈도 지켰고, 아빠한테 고맙다는 말도 들었어..."
5만원이라도 받아둘껄 그랬나보다.